개인과 회사. 그 중간 어딘가...
회사에 몸담았던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생각해봤을 문제이다. 양측의 주장을 들어보자.
(노사간 문제가 아닌 개인 가치관에 대한 문제이다.)
회사 VS 개인
A. 회사가 살아야 나도 산다.
개인은 자본축적의 수단으로 조직에 몸을 담고 있으며, 자신이 속한 조직이 유지되어야 안정적인 자본축적을 계속할 수 있기에 회사의 안녕과 유지가 우선이다. 사람이 하는 일이라 국가와 회사에서 정한 근무시간 내에 모든 것을 해낼 수는 없다.
회사가 잘 되면, 그 혜택은 개인에게 돌아가므로 약간의 추가 근무는 당연하다. 나에게 분배된 업무를 다 했더라도, 옆의 동료의 업무를 도와 정해진 마감기간 안에 팀 프로젝트가 완료되도록 해야한다.
B. 개인이 모여 회사가 돌아간다. 개인이 우선이다.
나는 회사와 근로계약 하에 정해진 일을 하고 정해진 임금을 받을 뿐이다. 일과 내 삶의 균형이 맞아야 만족도가 높고, 업무에서도 좋은 성과를 낼 수 있다. 팀 프로젝트가 아직 완료되지는 않았지만, 내가 맡은 부분은 문제가 없고, 업무시간이 종료되었기에 동료의 일을 도와줄 의무나 책임은 없으며, 도덕적으로 질타 받을 이유도 없다.
A의 경우
1980~1990년까지는 평생직장이라는 말이 있었다. 처음 입사한 회사에서 정년퇴임까지 계속 일을 할 수 있는 환경이었다. 이 때에는 자신이 평생 몸 담을 회사이기에 직장의 흥망성쇠는 나와 가족의 운명까지 좌지우지할 수 있는 중요한 문제였다. 따라서, 개인보다는 회사가 우선 시 되었고, 누구도 그에 의문을 갖지 않았다.
회사와 나의 운명을 동일 시하고, 회사의 성장이 곧 나의 성공을 뜻했으며, 안정적인 노후 보장을 의미했다. 때문에 주 6일 근무가 일반적이고 야근이 비일비재하여도 이에 큰 불만을 갖는 이는 없었다. 뭐 약간의 불평은 없었었겠냐만은, 퇴사까지 이어지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사회 전반적인 풍토가 그랬다. 사족을 달자면 눈이 1개 달린 나라에서는 눈이 2개 달린 사람이 돌연변이 취급을 받는다.
회사를 우선시하는 생각은 개인마다의 상황이 천차만별이라 다른 이유들도 있을 수 있겠다. 별다른 기술이나 능력이 없거나, 모아둔 목돈이 없어 개인사업은 꿈도 못 꾼다던가 등.
대안이 없으니, 현재 회사에 충실하게 되고, 현재 회사 테두리 안에서 미래를 꿈꾸다보니 '회사'가 나의 전부가 되는 것은 당연지사.
이유야 어찌됐던 간에 이런 '조직우선', '개인희생' 같은 문화는 '희생', '인내', '성실', '책임', '충성' 같은 듣기 좋은 단어들로 포장되어 우리가 갖추어야할 기본 덕목으로 자리잡게 되었고, 이유없이 강요되었다.
B의 경우
위에서 말한 7080세대의 황금기가 지나고, 소위 'X세대'가 등장하게 된다. 이들은 기존 세대와는 다르게 다양성을 중요시하고, 의사표현이 정확하며, 개인을 표현할 줄 알고, 한마디로 딱 정의할 수 없다. 필자도 X세대이지만, 사실 모두가 그렇지는 않다. 기성 세대가 보기에 자기들이 표현하지 못했던 것들을 바깥으로 표출하는 소수의 젊은이들이 그러지 못했던 당신들과 달라 보였을 것이다. 그러다보니 방송, 신문 등에서 이왕이면 좋게 해석하다보니 '개성이 강한 자유분방한 이들' 로 묘사했으리라고 본다.
군사정권 시대와 민주화운동을 거쳐 자본과 신문화의 별천지가 된 대한민국은 시대의 흐름에 따라 '개인'에 주목하기 시작했고, 그에 따라 회사나 조직을 우선시하는 사람은 기성세대, 고리타분함, 속박, 억압 등의 의미로 포장되기 일쑤였고, 버려야 할 것으로 치부되었다.
신세대들은 근대화산업의 젖을 먹고 자랐고, 돈을 쓰고, 패션을 즐기고, 음악을 듣고, 외국문화에 열광했다. 기존의 것 그리고 남들과 다르다는 것이 곧 멋짐을 의미하기 시작하며, 자연스레 기성세대를 거부하고, 더 나아가 기성세대가 당연시 여기는 '국가', '조직', '희생', '인내'와 같은 가치들은 배척하게 되었다. 결국 이 과정에서 불합리했던 희생과 인내, 억압, 불평등 은 사라졌지만, 대신 개인주의를 넘어선 이기주의와 물질만능주의 그리고 외모지상주의가 등장하게 된다.
이 세태와 맞물려 사회가 전문화, 세분화됨에 따라 1인 가구 비율이 높아지고, 비혼인구가 늘어났으며, 새롭게 등장한 웰빙(well-being), 워라밸(work-life balance) 트렌드에 따라 대한민국은 '개인'의 삶의 질에 무게를 두게 되었다.
필자는 2018년 현재 시점에는 7080세대도 아니고 신세대도 아니다. 회사의 중요성과 대한민국 내에서의 자본의 중요함도 충분히 인식하고 있다. 하지만, 의식 속 중심에는 내가 생각하는데로 자주적으로 생동하고 싶은 마음이 여전히 자리잡고 있다.
즉, 회사냐 개인이냐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워라밸을 중간 지점에서 얼마나 적절하게 컨트롤할 수 있느냐가 개인의 삶과 회사의 일, 이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데 주요하게 작용할 것이며, 향후에 자신의 인생을 뒤돌아봤을 때 어느 한 쪽에 소홀했음에 대해 후회하지 않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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